[피기오 마켓 티잔. 개인소유]

 로테Lotte 시리즈가 큰 성공을 거두고, 이어 피기오의 경영진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아야겠다는 결심을 합니다. 회사에서는 투리Turi에게 또 다른 시리즈를 만들어 주길 요청했고, 이렇게 마켓Market 시리즈가 탄생하게 됩니다. 

[피기오 마켓 장식과 브라질, 묄레 장식 모음. 개인소유]

마켓은 1966년 노르드캅[Nordkapp] 모델에 그려 출시되었어요. 투리는 로테가 출시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새 디자인을 곧바로 출시하는 것에 대해 썩 내켜 하지는 않았다고 해요. 시장에 비슷한 디자인을 같은 시기에 출시하는 것에 대해 사람들이 호응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이죠. 그러나 회사에서는 뜻을 굽히지 않았어요. 그녀는 결국 포기하고 1966년 마켓시리즈를 디자인했습니다. 

[피기오 마켓 버터디쉬 접시. 개인소유]

초록색 선으로 그려나간 시장의 모습과 생선, 채소, 과일, 꽃 등을 파는 상인들의 모습이 하나의 이야기를 이룹니다. 컵을 돌려가며 그림을 보는 재미가 있어요. 특히 생선 파는 아저씨의 약간의 졸린 눈이 웃음을 자아냅니다. 버터 디쉬의 뚜껑에는 꽃과 두 명의 여인과 함께하는 한 남성의 모습도 보입니다. 이 아저씨 모자 위에 앉아 있는 새도 참 귀엽죠? 

[피기오 마켓 슈가볼과 커피잔. 개인소유]

이렇게 아기자기 하면서도 동화 같은 마켓 시리즈는 노르웨이에서는 판매량이 그렇게 많지 않았는데, 영국에서는 큰 인기를 얻었어요. 지금도 빈티지 시장에 올라오는 마켓의 많은 수량이 영국에서 보이곤 합니다. 이러한 서사적인 모습이 인기를 얻었던 배경으로 1960년대 당시 진행되던 도시화에 대한 회의감을 나타내는 것으로 해석하는 사람도 있어요. 또는 그저 로테의 성공을 등에 업은 또 다른 이야기였을지도 모르죠. 어떻게 해석을 하든, 보는 사람들에게 일상에서 마주치는 모습에 대해 애정을 담은 작가의 마음을 느낄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