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의 일반적인 면접에서 물어보는 질문들은 상당히 정형화되어 있습니다.
이번 편에서는 자주 나오는 질문들 그리고 그 질문의 의도하는 바와 답변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우선 면접은 가장 1차로 보는 전화 또는 스카이프 등을 활용한 화상 면접이라고 가정하겠습니다.
그리고 질문 중에서 업무와 무관한 일반적인 질문만 다루겠습니다.
- 이름 어떻게 발음하니?
아마 노르웨이나 영어식 이름을 적지 않고 한국식으로 적으셨다면 이런 질문을 받게 되실 것입니다.
이는 앞으로 진행될 면접 하는 동안 정확한 이름으로 지원자의 이름을 부르기 위한 것입니다.
이름과 관련해서는 나중에 다시 이야기를 할 기회가 있을 것 같습니다.
최근 (2020년 5월)에 이민자 배경의 부모를 가진 노르웨이인이 취업을 하면서 모하메드(Mohammed)라는 이름을 이력서에 썼는데 이름만 보고 서류 전형에서 탈락시킨 일이 있었습니다.
모하메드가 회사에 지원 전형과 관련해서 문의했더니 다음과 같은 대답을 받았다고 합니다.
“우리는 노르웨이어를 잘 하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노르웨이에서 태어나고 자라고 배운 모하메드이기에 노르웨이어는 아무런 문제가 없음에도 이런 일이 일어난 것입니다.
이 이야기는 한 헤드헌터가 링크드인을 통해 사례를 글로 올리면서 알려졌습니다.
이런 부분이 걱정되시는 분들은 영어나 노르웨이어 이름을 가지시는 것도 좋습니다.
- 어느 나라 사람이니?
먼저 이 질문은 크게 2가지 목적이 있습니다.
우선은 지원자에 대한 문화적, 지리적 배경을 확인하는 것입니다.
다음은 지원자의 국적이 해당 회사의 사업과 연관되어 있을 때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 묻는 질문입니다.
예를 들어 A라는 회사가 이번에 한국에 지점을 내고 사업을 확장했다고 치겠습니다.
그렇다면 원래 채용공고에 나온 내용에 있든 없든 한국에 대해서 잘 알고 한국어를 잘 하는 한국인이 있으면 플러스가 될 수 있을 겁니다.
그래서 면접 시에는 항상 해당 회사에 대해서 조사하고 특히 한국 또는 따로 유학하신 국가 등에 대해서 연관점이 있는지 확인하시면 좋습니다.
- 몇 살인지 물어봐도 되니?
먼저 노르웨이에서도 나이, 성별, 인종 등으로 차별하는 것은 불법입니다.
그래서 나이를 원칙적으로 물어보면 안 됩니다.
그런데 많은 면접에서 제가 겪은 바로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고 돌려서 물어봅니다.
“네가 괜찮다면 나이를 알려줄 수 있니?”
이런 식으로요.
노르웨이는 사람을 뽑을 때 의외로(?) 나이를 봅니다.
이것을 확실하게 제가 겪은 2개의 사건이 있습니다.
하나는 현 Equinor, 구 Statoil이 실시한 한 이벤트였습니다.
해당 이벤트는 Equinor에서 졸업생 공채 (Graduate position)를 통해 Equinor에서 일한 직원들이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질문에 답변을 해주는 이벤트였습니다.
제 인도 친구가 이런 질문을 했습니다.
“정말 많은 학생들이 지원을 하고 그중에서는 아주 뛰어난 지원자들이 많다. 하지만 당신들같이 소수의 사람만이 선택을 받는다. 특별히 Equinor가 사람을 뽑는 데 중요하게 보는 것이 있나?”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은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하나 대강 이런 맥락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우선적으로 Equinor 졸업생 프로그램은 젊고 발전할 가능성이 많은 이제 커리어를 시작하는 인재들을 위한 프로그램이다. 여기에 부합하는 인재를 뽑는다.”
딱히 언급하지 않아도 되는 “젊은“이라는 표현을 썼다는 것은 반대로 말하면 나이가 많거나 이미 다른 경력이 있다면 우선 고려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의미가 될 것입니다.
비슷한 취지의 답변을 제가 들을 적도 있습니다.
한 채용공고가 나왔는데 제가 예전에 했던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관련 경력은 약 6개월 정도로 짧았습니다.
달리 말하면 그 업무와 큰 연관성이 없는 업무가 제 주경력이었다는 이야기지요.
그래서 채용담당자 (해당 부서의 장)에게 메일로 경력 관련해서 특별히 요구하는 조건들이 있는지 물어보았습니다.
채용공고 자체는 경력 0-5년을 고려한다고 되어 있었지만 확인하고 싶었죠.
돌아온 대답은 이렇습니다.
“특별히 경력 조건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 팀의 나이 분포(age distribution, 정확한 워딩 그대로입니다)를 고려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0-5년은 주니어 경력 포지션이니 나이가 많으면 안 받겠다는 거죠.
물론 한국과 달리 나이가 많은 사람이 무조건 상사여야 하고 그런 분위기는 확실히 아닙니다만, 구직 중 여러 상황에서 나이를 많이 고려한다는 것을 직/간접적으로 느꼈습니다.
- 어디 사니?
우선은 노르웨이에 있는지 확인하기 위함이고 다음은 노르웨이 도시 중 회사와 가까운지 보기 위해 물어보는 질문입니다.
특히 영세한 업체일수록 이 조건이 더 강하게 작용합니다.
왜냐하면 멀리서 온 사람에 대한 여비를 주는 것도 부담스럽기 때문입니다.
큰 기업이면 그나마 좀 더 여유 있게 다른 나라나 먼 지역에 있는 사람도 면접에 부를 수 있습니다.
이 질문에는 솔직히 답해주세요.
그리고 만약 직장과 거주지가 멀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도 미리 말해주세요.
취업을 하게 되면 이사를 할 것이라든지 아니면 통근 거리가 멀지만 통근할 예정이라고요.
그리고 아주 가끔 같은 동네나 지역이면 동향이라고 좋아하는 면접관을 만나실 수도 있습니다.
그럴 경우 조심해서 답하셔야 하는데, 여기 노르웨이 사람들은 나라와 고향에 대한 자부심이 일반적으로 강합니다.
괜히 살고 계시는 지역에 대해 험담하지 마시고 덕담해주세요.
예시)
스타방에르: 비도 자주 오고 바람도 너무 세서 적응이 어려웠다(X). 프라이케스톨렌 등 하이킹 명소가 많아서 좋다(O).
베르겐: 해가 너무 보기 힘들고 비도 너무 자주 와서 우울증 걸릴 뻔 했다(X). 역사 깊은 도시에서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O).
채용박람회에서 제가 아는 친구가 거기 나온 직원들이랑 이야기하다가 스타방에르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는데 스타방에르 대학 출신인 친구가 날씨가 마음에 안 든다고 말하니 바로 얼굴이 일그러지는 직원의 얼굴을 볼 수 있었습니다.
아마 스타방에르 출신 직원이었을 겁니다.😒
- 누구랑 사니? (=같이 가는 가족이 있니?)
위와 연관된 질문입니다.
누구와 같이 산다면 애인의 직장과 같은 이유로 이사 같은 것을 할 때 제한되는 부분이 있을 겁니다.
아이가 있다면 어린이집과 학교도 제한되는 이유가 될 수 있겠죠.
또, 만약 같이 사는 사람이 노르웨이인이라면 좀 더 노르웨이에서 일하고 싶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요?
기타 여러 이유로 이 질문을 물어봅니다.
솔직하게 답해주세요.
- 노르웨이 언제 왔니? (또는 얼마나 노르웨이 있었니? 또는 노르웨이 생활 어떠니?)
이 질문도 중요합니다.
노르웨이 사회에 얼마나 적응했고, 있었던 기간동안 무엇을 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물어보는 질문입니다.
공부를 하셨다면 그 부분을 말해주시고 그게 아니라 노르웨이인 애인 등을 따라서 온 경우라면 다른 활동, 예를 들면 어학원 등록 후 노르웨이어 수강 등을 언급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노르웨이어는 어느 정도로 하니?
이 질문은 크게 2가지 의도가 있습니다.
1.진짜 노르웨이어 실력을 물어보기 위해서 2. 노르웨이에 적응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를 알기 위해서.
여기서 중요 포인트 하나!
노르웨이어 등급인 A1, B1, B2 이런 것들은 영주권, 시민권, 기타 전문자격 (의료/간호 분야) 등과 관련된 때나 중요하지, 실무에서는 등급을 물어보지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영어 면접 보면서 토익이 몇 점이고 아이엘츠가 몇 점인지 안 물어봅니다.
그러니 특별히 높은 등급을 받으신 것이 아니라면 등급을 특정하지 말고 노르웨이어를 계속 배우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언급하시는 정도면 좋을 것 같습니다.
- 합격하면 언제부터 일할 수 있니?
이것도 중요한 질문입니다.
만약 여러분이 곧바로 일할 수 있다면 다른 경쟁자를 이기고 취업하실 수도 있습니다.
한국은 직원이 퇴직을 원하면 법적으로 바로 퇴직이 가능합니다.
통상 1개월 정도의 인수인계 기간을 갖지만 법적인 구속력이 없습니다.
여기 노르웨이는 근로계약서에 대개 2달 또는 3달의 퇴사 통보기간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계약서 상에 3달의 퇴사 통보기간이 있다고 가정하겠습니다.
만약 A가 1월 5일 퇴직을 통보했다면 A의 퇴사일은 3달 뒤인 4월 5일이 아니고, 4월 30일이 됩니다.
노르웨이에서는 부동산 계약, 근로 계약, 인터넷 계약, 통신요금 계약 등 거의 모든 계약에 기간이 나와 있으면 통보한 다음 달의 1일부터 계산이 됩니다.
위의 경우 1월 중으로 통보했으므로 3달의 카운트다운은 다음달의 첫날인 2월 1일부터 계산합니다.
2월, 3월, 4월 이렇게 3달이 되므로 4월 마지막 날이 퇴사일이 됩니다.
이걸 왜 이렇게 장황하게 말하냐면 만약 어떤 지원자가 현직자라면 이 사람을 뽑고 싶어서 당장 오퍼를 주고 그 사람이 바로 사인을 한다고 쳐도 경우에 따라서는 4달 가까이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나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경우 회사 측은 현직자를 뽑고 싶지만 4달을 기다리지 못할 수도 있고 그런 경우 바로 일할 수 있는 다른 지원자에게 기회가 올 수도 있습니다.
만약 이 질문을 물어볼 때 바로 일하실 수 있다면 그 점을 꼭 어필해주시고, 이 질문 안 물어봐도 면접 중에 바로 근무가 가능한 상태임을 알려주세요.
- 우리 회사 있는 곳에 아는 사람이나 가족(친척)이 있니?
많은 사람들이 노르웨이에 취업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자기 나라라 고향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향수병, 부적응, 외로움, 나쁜 날씨, 우울증 등 이유는 여러 가지인데, 실제로 적지 않은 수의 사람들이 입사하고 얼마 되지 않아 퇴사한다고 합니다.
회사에서는 당연히 이를 막고 싶겠죠.
그래서 이 질문을 물어봅니다.
특히 지원자가 있는 지역에서 떨어진 곳의 직장과 면접을 볼 경우 이 질문을 물어봅니다.
잘못하면 지원자가 합격 후에 일하다가도 돌아갈 수도 있기 때문이지요.
회사로서는 이런 리스크를 조금이라도 미리 확인하고 줄이기 위해서 물어보는 질문입니다.
우선 아는 사람이 있다면 사실대로 말씀하세요.
그런데 없다면?
여기서 팁 1개 나갑니다.
링크드인 등을 활용해서 노르웨이 학교 선배가 혹시 해당 회사에 근무하는지 확인 후 1촌 신청해서 간단히 대화를 해보세요.
이후에 면접에서 그렇지 않아도 여기 학교 선배 누가 다녀서 링크드인으로 미리 이야기를 좀 해봤다고 하면 좋습니다.
그런데 학교 선배도 없다면?😭
그럼 사실대로 말하세요.
여기서는 아까 지역에 대한 답변을 역으로 이용하면 좋습니다.
예)
스타방에르에 사는데 베르겐 면접시: 스타방에르는 바람도 너무 강하고 따뜻하다는 데 딱히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베르겐에 가면 좀 더 날씨가 맞아서 생활하기가 좋을 것 같다.
베르겐에 사는데 스타방에르 면접시: 스타방에르 살면 해 좀 보고 살 수 있을 것 같아서 좋을 것 같다. 하이킹 좋아하는데 프라이케스톨렌, 트롤퉁가 이런 데 가보고 싶다.
특히 아래 답변처럼 회사가 있는 지역에 관광 명소가 있다면 그걸 언급하시면서 그 지역에 대해 이미 공부했다는 인상을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상으로 노르웨이 면접에서 나오는 일반적인 9가지 질문들과 주의할 사항, 그리고 팁들을 알아보았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본 시리즈에 나온 의견은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인 의견이므로 전적으로 믿지 마시고 다른 정보와 본인만의 생각을 통해 동의하시는 부분은 취하시고 아니라고 생각하시는 부분은 적절히 걸러서 들어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럼 다음에도 유용한 정보로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