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타임 주부로 지내기

노르웨이로 이사 오면서 휴직을 신청한 필자는 아침에 도시락도 싸주고, 저녁 식사도 준비하고 빵과 케이크도 구워주는 등 백 퍼센트 가사에 충실한 주부의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오랫동안 맞벌이 부부였기에, 그동안 점심은 늘 학교 급식을 했으며, 저녁은 종종 외식을 하기도 했다. 배달음식과 외식에 길들여졌던 우리 가족과 나에게 음식 준비는 큰 일과 중에 하나로 자리 잡게 되었다.

해외살이

노르웨이에 와 보니, 큰 도시가 아니라 그런 건지 필자가 사는 동네에는 배달 음식도 외식의 선택도 좁다. 또한 외벌이 가정이 되어보니 월세 와 식재료 구입 외 외식이 상대적으로 사치가 되었다. 우리가 노르웨이로 이사 온 후 외식은 햄버거나 샌드위치 집에서 점심을 먹은 게 다인데, 햄버거 가게에 우리 가족이 다녀오면 몇백 크로나는 훌쩍 넘기게 되니 집에서도 만들 수 있는 음식에 큰돈을 쓴 것 같아 주부로써는 아깝다는 생각만 들었다.

그동안 한국 식품을 거의 팔지 않는 나라에서 해외살이를 오랫동안 해왔기 때문에, 대부분 로컬 식재료를 이용하여 음식을 하려고 노력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한국에서 선박을 이용하여 식재료를 받을 수 없는 나라에 거주하였기에, 일 년에 한 번 한국에 다녀올 때마다 기본 식재료인 고춧가루, 장류, 참기름, 김 정도만 한국에서 가져오고, 대부분 현지에서 구입하여 음식을 준비했었다. 유럽에는 한국 식재료뿐 아니라 아시안 식재료들은 상대적으로 비싼 편인 것 같다.

노르웨이 식재료로 만든 음식

노르웨이 식재료로 무엇을 하면 좋을까 하며 가족들이 좋아하는 몇 가지 음식을 선정해서 매달 돌아가며 하기 시작했다. 필자는 한국처럼 밥, 국, 반찬을 챙기지 않고 먹은 지 오래되었으며, 그리하여 밥그릇을 따로 쓰지 않는다. 뷔페에 가면 접시에 음식을 담듯이 각자 음식을 담아 식사한다. 따라서 매일 메인 요리 한 가지와 야채 요리 한두 가지 그리고 밥이나 감자 등 탄수화물이 들어간 음식 총 서너 가지를 한다. 물론 특별히 한식으로 국과 여러 가지 반찬을 곁들여 먹는 날도 있다.

연어오븐구이

노르웨이에 와서 제 좋았던 것은 해물을 살 수 있다는 것이었다. 특히나 사계절 내내 볼 수 있는 연어는 냉장과 냉동으로 구분되어 있는데, 필자는 종종 100크로나 정도의 생 연어 반 마리를 필렛 한 것을 사서 오븐 구이를 한다. 보통 호일 접시에 담겨 나오는 연어를 사서 오븐에 그대로 넣어 사용하는 편이고, 요리 후엔 잘 씻어서 다시 재활용하는 편이다. 연어의 담백한 맛이 심심하다면 마지막에 소스를 뿌려 굽거나 마늘 양념을 해서 굽는 것도 좋다. 필자는 어린 자녀들 때문에 보통 올리브오일, 소금, 후추, 바질 등으로 충분히 간을 맞추고 양파, 버섯, 토마토만 위에 언저 220도에 15분 정도 오븐에 구워 조리한다.

연어오븐구이

무스로 만드는 요리

전에 살던 나라들과 달리 노르웨이의 고깃값은 저렴하지가 않다. 지난 10월 지인의 친구가 사냥한 어린 무스(사슴) 반 마리를 받아 우리 손으로 정육해서 냉동고에 저장해 두고, 소고기가 필요할 때마다 무스 고기를 이용하고 있다. 노르웨이 무스 고기는 소고기와 같이 빨간 고기로 소고기 와 맛이 거의 비슷하여 필자는 미역국, 잡채, 불고기, 뭇국, 갈비찜, 로스트 등을 무스를 이용하여 요리하고 있다.

로스트 무스
무스 갈비찜

새우뭇국

일반 슈퍼마켓에 가면 원하는 만큼의 냉동 새우를 살 수 있는데, 껍질째 알을 품은 새우라 끓이면 바다 냄새와 비린내가 나지만, 그 맛으로 먹는 새우 뭇국을 끓일 수 있다. 원하는 취향대로 고춧가루를 넣어 맵거나 혹은 안 맵게 마늘만 넣어 끓이면 영하 15도 이하로 내려가는 요즘 따뜻하게 먹기에 너무 좋은 음식이다.

새우뭇국

버터 치킨 카레 (인도 카레)

한국을 다녀온 지 2년이 다 되어가고 있으며, 한국에서 사 온 카레가 다 떨어져, 고민하던 차에 전에 자주 시켜 먹던 버터 치킨을 노르웨이 슈퍼마켓에서 발견하였다. 카레 가루를 직접 사서 만들 수도 있지만, 인도 음식이 아직 어려운 필자는 유리병에 완제품으로 나오는 버터 치킨(마일드맛)으로 사서 조리한다. 우리나라 카레 만들 때와 비슷하게 마늘, 양파 을 같이 볶다가 닭고기 가슴살 혹은 허벅지 살을 사각으로 잘라서 같이 볶다가 약간의 물과 버터 치킨 완제품을 부어 마무리한다. 개인 취향에 따라 사워크림과 고수를 곁들이기도 한다.

버터 치킨 카레

구운 콜리플라워

우리 집 단골 야채 요리는 야채볶음이나 삶은 브로콜리이지만, 가끔은 구운 콜리플라워를 연어구이를 할 때 곁들인다. 콜리플라워를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서 잘 씻고 물기를 뺀 후, 버터(2스푼)와 간 마늘을 같이 녹혀서 콜리플라워에 골고루 발라준다. 그 후 콜리플라워를 넓은 오븐용 그릇에 올리브오일 2스푼, 소금, 후추를 넣어 200도에 조리하고, 익었을 때쯤 꺼내 파미산 치즈를 뿌리고 5분 정도 더 구운 후 꺼낸다. 특히나 마늘이 곁들여진 버터 향이 구수하게 입맛 다시게 한다.

구운 콜리플라워 사진출처: 구글

어묵볶음

노르웨이에는 생선 살로 만든 어묵을 언제든 살 수 있다. 생선 살 함량에 따라 가격도 다르고 맛도 다르다. 이미 조리되어 냉장으로 나오기에 사 와서 구워서 바로 먹을 수 있다. 생선 버거용으로 만들어져서 둥근 모양으로 나온다. 필자는 한국 어묵과 식감이 비슷한 65% 생선 함량이 된 Fisk kake를 구입해서 얇게 썰어, 마늘, 양파, 브로콜리, 당근, 간장, 설탕으로 어묵볶음을 만들면 꽤나 괜찮은 반찬이 된다. 얇게 썰은 어묵은 떡볶이 할 때 넣어도 괜찮다.

어묵볶음

닭고기 덮밥 (일본식)

매운 음식을 잘 먹지 못했던 필자가 유난히 좋아했던 일본 음식 중 그나마 쉽게 만들고 접한 것은 일본식 덮밥 종류였다. 노르웨이에서는 닭고기 부위 중 허벅지 살은 가슴살이나 닭 한 마리 보다 저렴하게 구입이 가능하여, 종종 구입하여 닭갈비도 만들고 카레도 만드는데, 아이들이 잘 먹는 요리를 고르다 보니 닭고기 덮밥은 매달 등장하는 인기 메뉴가 되었다.

밥과 닭고기(맛술+소금+후추로 재이기)를 미리 준비해두고, 프라이팬에 버터 한 스푼과 기름을 같이 두르고 썰어둔 양파(1개) 볶다가, 나머지 썰어둔 야채 와 마늘 편/다진 마늘(3톨), 후추, 참기름 넣고 볶는다. 야채가 익어갈 때 적당히 썰은 닭고기를 넣어 같이 볶다가, 간장(4-5스푼), 올리고당(2스푼), 맛술(1스푼), 물 한 컵(혹은 다시마 육수)을 넣어 중불에 졸여지면, 약불로 줄이고 계란(2알)과 파를 넣고 뚜껑을 덮어 1분 후 끈다. 전체적으로 국물이 자작하게 있고 부드러운 느낌이면 완성이며, 국물부터 퍼서 밥에 올리고 나머지 재료를 올려서 뜨겁게 식사를 하면 된다.

닭고기 덮밥

맑은 대구탕

2월이 되자 생 대구가 생선코너에 자주 나오기 시작했다. 대구와 대구 알이 워낙에 커서 대구 두 조각과 대구 알 작은 것을 샀는데, 저녁을 충분히 해 먹고도 남은 정도의 양이 되었다. 대구탕을 해 먹은 날은 오랜만에 따뜻한 밥을 밥그릇에 담아 한국식 식사를 한다.

우리 집은 아이들을 위해 맑은 대구탕을 끓인다. 손질된 대구와 알을 두어 번 씻어두고, 육수(멸치,황태채,무우,파,양파,다시마,마늘5톨)를 20여 분 중약불에 끓인 후 대구 와 간장(1-2스푼), 액젓(1스푼), 망에 넣은 간 마늘(1스푼)를 넣어 끓어오르면, 대구 알, 소금, 후추 을 넣어 한 번 더 끓이고 거품 제거 후 마무리한다. 개인취향에 따라 청양고추를 곁들일 수 있다. 매운 대구탕의 경우 위와 같은 레시피에, 고추장(1스푼), 고춧가루(1스푼), 된장(0.3스푼)만 더 추가하면 매콤한 대구탕이 된다.

하얀 대구살이 부드러워 아이들이 잘 먹고 비리지 않아서 깔끔한 대구탕을 맛볼 수 있다.

맑은 대구탕

한국의 얼큰함은 아니지만, 노르웨이에서 철마다 파는 다양한 식재료로 담백한 퓨젼 음식들을 즐길 수 있다.

2021년 2월 15일 스윗에즈

5 COMMENTS

  1. 스윗에즈님, 지난 번 집 밥 이야기도 도움이 많이 되었는데 이번 이야기에서도 노르웨이에 온 지 한 달이 조금 넘어가는 저에게 풍성한 먹거리를 소개해주셔서 감사해요. 특히 저는 미국에서 오래 살았는데 그 곳에 있는 한아름마트에 가면 노르웨이산 고등어와 오징어생물은 늘 살 수 있어 조림, 볶음등을 해 먹었고, 특히 요즘 한국마트에서는 한국과 거의 다르지 않게 구할 수 없는 식재료가 없을 정도입니다. 그 동안 참 편하게 살았다고 느끼고 있고, 놀라운 것은 노르웨이에 가면 생물 고등어는 어디나 가면 찾을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Meny 에서 약간의 해물을 볼 수 있었고 물어보니 생물고등어는 없다고 했어요. 스윗에즈님 대구탕을 보니 너무 먹고 싶어 찾아봐야겠어요. 그리고 콩나물을 찾을 수 없어 콩나물을 키워보려고 작업에 들어 갔어요. 성공하면 저도 글을 올리겠습니다. ^_^

  2. 안녕하세요~ 제 글이 도움이 되셨다니 기분이 너무 좋습니다.
    한달밖에 안되셨다면, 추운 겨울에 오셨네요. .

    Coop Mega 에선 이번주에도(2월15일-21일) 생물 대구 30프로 세일하더라구요. 그래서 저도 이번주에도 대구와 대구알 사러 가려구요..지역마다 다르겠지만, 생물 오징어도 많이 나와 있었어요. 2월엔 생선코너에서 직접 손질해주는 곳에서 사야하구요.

    대구탕은 콩나물과 미나리 쑥갓 등을 넣으면 더 맛있겠지만, 저는 한식재료가 많지 않은 곳에 살아서, 구할 수 있는 재료만 넣었습니다. 저도 콩나물 길러서 해볼까 해봐요.

    한국 식재료가 많은 곳에서 살다 오시면, 이곳엔 없는게 많아 속상하실 수 있는데, 저같은 경우는 해물, 무우, 한국 라면과 찹쌀가루 장류 이런 모든 것이 없는 나라에서 와서 그런지 생각보다 할 수 있는 요리가 많아서 노르웨이에서 의외로 잘 먹고 지냅니다. 다음엔 냉동 식품도 올려볼게요~

  3. 오~개인적으로 너무 좋은 게시물이에요.
    안그래도 요리는 왕인데 한국보다 식재료 구입이
    쉽지않은 노르웨이와서 매일 매일이 아이들 도시락 걱정에
    식사 걱정인데 너무 고마운 글이네요.
    올려주신 음식들 하나 하나 도전해봐야겠어요.
    고맙습니다~^^

    • 안녕하세요. 쥬디님 답글 읽고 뿌듯했어요. 혹시나 제가 별의미없는 게시물을 올리는 건 아닌지 글을 올리면서 살짝 걱정도 하거든요. 노르웨이 와서 하는 경험담 위주로 올리고 있는데, 쥬디님도 자녀들 도시락에 음식준비로 매일 고민하시는군요. 아이들 키우는 엄마로써도 반갑습니다. 저도 맞벌이를 오래해서 주부 15년이 무색할정도로 한식 요리를 잘 못합니다. 없는 식재료로 해외살이를 오래해서 말이죠.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